[문화의 향기] 유머 곁들여진 가족 이야기

입력 2018-07-20 00:14  

어른들도 함께 즐길 만한 픽사 영화
더위·일 잊고 동심의 세계 즐겨보길

이윤정 < 영화전문마케터·퍼스트룩 대표 >



바쁘다는 핑계로 어린 아들과 자주 놀아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아빠가 있다.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아빠는 아들과 지내는 시간이면 아들의 안전이 걱정돼 조바심이 났다. “그건 안 돼.” “그거 만지지 마.” “그러면 넘어져.” 어느 날 그는 아들과의 소중한 시간에 잔소리만 늘어놓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빠의 직업은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그는 자신과 아들의 자전적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와 스토리로 발전시켰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니모를 찾아서’다. 어린 물고기 아들 니모가 행여 다칠까 물고기 학교에 보내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아빠 물고기 ‘말린’은 다름 아닌 감독 앤드루 스태튼 자신이었다. 예상치 못한 모험을 통해 함께 성장해 나가는 아빠와 아들의 스토리는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아이를 데리고 극장에 갔다가 어른이 울고 나온다는 입소문이 자자했던 ‘니모를 찾아서’는 8억6000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1조원에 달하는 흥행수익을 기록했다. 그로부터 13년 뒤 제작된 2탄 ‘도리를 찾아서’ 역시 10억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으니, 평범한 한 아빠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스토리가 낸 결말로서는 더 바랄 게 없는 최상의 것이 아닐 수 없다.

두 작품을 만든 픽사(Pixar)의 탄생 스토리도 한 편의 영화 같다. 픽사의 전신은 잘 팔리지 않는 고가의 고성능 그래픽 디자인용 컴퓨터를 판매하던 부서였는데, 1986년 ‘인디아나 존스’의 감독 조지 루카스가 내놓은 매물을 때마침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가 사들이면서 ‘픽사’라는 이름을 내걸게 된다. 새 주인을 만났지만 픽사는 저조한 판매 실적으로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 고육지책으로 컴퓨터 성능을 홍보하고자 만든 짧은 3차원(3D) 애니메이션이 아카데미상을 받으면서 픽사의 운명은 궤를 달리하게 된다. 1995년 디즈니와 손잡고 제작한 ‘토이 스토리’의 대성공 이후 지금까지 픽사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늘 어른도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온 픽사가 이번 여름엔 14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2’를 선보였다. 유머를 곁들인 가족 이야기에 강점을 보여온 픽사인 만큼 방학시즌 가족과 함께 보기에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의 것’이란 편견을 잠시 내려놓고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 스크린 속 세계에 푹 빠져 즐겨 보시길 추천한다. 어른에게도 때론 ‘내 마음속의 여름방학’이 필요한 법이다. 감독 브래드 버드는 14년 전 ‘인크레더블’을 연출하고 이번 ‘인크레더블2’로 컴백하기 전까지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 같은 정통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의 연출을 맡았을 만큼 액션 연출에 강점을 지닌 감독이니 실력은 믿어도 좋다.

마지막 팁 하나. 픽사의 모든 작품 앞에는 항상 재기발랄한 소재의 짤막한 단편 애니메이션이 붙는데, 이번 ‘인크레더블2’ 시작 전엔 ‘바오’라는 작품이 상영된다. 본편에 버금가는 완성도와 세대를 뛰어넘는 감동으로 극찬을 받은 단편이니, 조금 일찍 극장에 도착해 꼭 놓치지 마시길 빈다. 연일 더위와 싸우고 일과 싸우는 어른들도 즐거운 여름방학 같은 달콤한 휴가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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